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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트렌드를 살펴보면,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지배했던 MMORPG 중심의 구조는 이제 캐주얼 게임이나 콘솔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며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에서 타인과 부딪히는 피로감은 개인의 여가 시간마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게임은 '혼자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또 반대로, 지나치게 조용하거나 혼자 있는 듯한 느낌에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이처럼 ‘혼자 있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인 건 싫은’ 복잡한 감정은 오늘날 게임 디자인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MMORPG 꼭 파티로 해야할까?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중심 장르인 MMORPG조차도 이런 흐름에 따라 점차 솔로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는 과거 ‘파티 사냥’과 ‘파티 퀘스트’ 중심의 파티 플레이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레벨 상한이 높아지고, 보스 인원 모집에 부담이 커지며 솔로 콘텐츠 위주로 구조를 전환했다.
에픽던전, 아즈모스 등 신규 콘텐츠는 대부분 솔로 플레이로 설계되었고, 고난도 보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콘텐츠를 혼자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고난도 보스더라도 8인, 24인 같이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레이드 게임들과는 다르게 2~6인 사이의 인원으로 정해진다. 이 같은 솔로 플레이 변화는 유저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내가 메이플을 하는 이유”라는 공감대를 만들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함께하는 MMORPG에서 솔로 플레이의 비중을 높혀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로스트아크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로아는 대표적인 고난이도 레이드 중심의 게임으로, 이와 같은 구조로 인해 ‘단체 줄넘기’ 같은 피로감이 유저를 압박했다. 그러나 솔로 레이드의 도입으로 보다 자유롭고 개인적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솔로 플레잉에 있어서 골드 수급량 같은 외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논제와 벗어남으로 빼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파티 플레이 위주의 MMORPG인 파이널판타지14의 경우에도 ‘트러스트’와 ‘모험가 소대’ 시스템을 통해 파티 매칭 없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특히 주요 NPC와 함께 던전을 돌며 몰입감을 더하는 설계는 혼자 하는 플레이임에도 외롭지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콘솔 게임, 연결되되 방해받지 않는 설계
콘솔 게임에서는 이 심리를 더욱 섬세하게 반영한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다크소울 시리즈다.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나 혼자라는 느낌을 훨씬 적게 받는다. 글을 가다보면 다른 유저들이 남긴 메시지들이 세계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를 클리어한 직후 퇴장문 앞에서 마주치는 격려 메시지는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준다.
나아가 후속작 엘든링에서는 여기에 더해 타인의 마지막 순간을 재현하는 잔상을 통해 간접적 연결을 강화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은 유저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준다.
또 다른 예는 데스 스트랜딩이다. 이 게임은 아예 ‘연결’ 자체를 주제로 삼는다. 다른 유저들이 만든 구조물이나 장비는 내 플레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좋아요’ 시스템을 통해 감사를 표현한다. 내가 사용할 목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적재적소에 시설물을 배치하는 것이 이 게임의 또다른 재미이다. 이 단순한 행위가 유저들로 하여금 플레이의 원동력이 되며 직접적인 대화나 채팅이 없더라도 서로 연결된 듯 한 느낌을 준다.
기술 발전과 커뮤니케이션
모바일 게임 레조넌스 솔스티스는 겉보기에는 솔로 플레이 지향의 서브컬처 덱 빌딩 게임이지만, 게임의 핵심은 무역과 정보 공유에 있다. 각 도시의 시세 정보를 직접 가지 않고서 알 수 없는 게임 구조는 필연적으로 커뮤니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게임 초기에 사람들은 커뮤니티에서 각 도시별 물품 시세들을 공유하며 플레이했다.
또한 이벤트 배너에서는 전 서버의 유저들이 얼마나 무역을 했는지 진행도를 볼 수 있어 함께 협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극대화했다. 또한 게임 내에서는 다른 유저의 이름을 단 열차가 나와 함께 달리는 연출을 통해, 솔로 플레임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제공해주었다.
다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로 시세를 자동으로 보여주는 사이트의 등장이 오히려 커뮤니티의 활동을 줄여버렸다는 것이다. 유저들이 직접 발품팔아 정보를 교환했던 구조에서 단순히 사이트에 접속해서 현재 시세를 딸깍하면 볼 수 있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슷하게 기술의 발전이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유발하는 사례로 보여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이는 게임이 설계한 ‘유저 간 협력 구조’가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기대되는 게임의 미래
우리는 때때로 혼자이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인 건 싫어한다. 게임은 이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는 상호작용 기반의 독특한 매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모순된 감정을 어떻게 해결 하였는지 여러 게임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잘 포착한 게임은 유저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정적 위로와 연결감 혹은 그 반대로 사회 활동의 피로감 해소와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앞으로도 게임이 인간 심리의 모순을 어떻게 다루어갈지, 또 어떤 창의적인 설계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앞으로 더 많은 도전과 실험이 이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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