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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스토리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 문뜩 든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그래서 게임 스토리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 건지, 과연 중요하기는 한 건지 궁금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하지만 게임의 홍수이기도 하다. 매년 아니 매일같이 수천개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며 인디게임이 아니더라도 AAA게임이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업데이트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최근엔 PC와 모바일 간의 크로스 플랫폼등을 만들어 출근길, 퇴근길, 집에 와서 침대에 드러누웠을 때조차 사람들에게 24시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턴만 더 하면서 계속하게 되는 게임, 음악이 정말 명곡이라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게임등 수많은 요소들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그중 가장 여운이 남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이 게임 참 재밌었지.’라는 생각을 각인시켜주는 요소는 바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게임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스토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봤는데 결국 스토리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여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서사시가 나오고 멋진 연출과 동료와의 멋진 모험담만이 스토리가 아니지 않을까. 게임의 분위기와 내 행동의 당위성은 어떤 내러티브를 통해 전달될까? 배경, 오브젝트, 아이템 하나하나가 모여 게임의 스토리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둠이라는 게임이 있다. 최근에 나온 둠은 나름의 설정과 선형적인 스토리라인이 있지만 1992년에 나온 오리지널 Doom게임을 말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말인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는 말을 한 카맥의 게임이다. 물론 더 자세히 찾아보니 그런 말이 나오게 된 여러 배경이 있었지만 우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유명한 말에 대해 생각해 보자.
큰 스토리라인이라고 할 게 없어 보이는 이 게임도 둠가이라는 주인공이 악마와 맞서 싸운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있으며 그에 맞게 스테이지는 화성, 불지옥등 다양한 환경을 플레이어에게 경험하게 해 준다. 만약 둠이라는 게임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1 스테이지에서는 악마들이 나오고 2 스테이지에서는 곤충들이, 3 스테이지에서는 인형들이 적으로 랜덤 하게 나오는 게임이었다면 과연 사람들이 받아들였을까? 즉 스토리는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게임 속 환경, 아이템, OST, 플레이어 경험,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내러티브이다.
스토리는 게임 내 유저 경험적인 측면에서 당위성을 부여해 줌으로써 좀 더 높은 몰입과 오래 남는 추억을 선사해 준다. 예를 들면 반복플레이, 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는 파트가 몇몇 게임에서는 존재한다. 이러한 지루한 행위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금방 질려서 그만둘 것이다. 하지만 이를 내가 용서할 수 없는 악당을 처치하기 위해 레벨링 노가다를 하거나,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기 위해 유료 재화를 모으는 원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전자는 JRPG에서 많이 채택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최근 나온 여러 모바일 게임들이 자주 쓰는 방식이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UI나 시스템적 요소에 서사를 더해줌으로써 디테일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가챠 시스템이 있다. 수많은 게임들이 다양한 연출을 선보이며 캐릭터를 뽑는 연출을 강화하고 뽑기 시스템 자체에 매력을 주기 위해 스토리적 서사를 추가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타레일의 가챠연출은 참 마음에 든다. 단순히 유료재화 돌려서 뿅 하고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차 초대권 (유료재화)를 사용해서 캐릭터들을 열차에 초대한다는 짤막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실제로 뽑은 캐릭터들이 플레이어 거점에 방문하여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OST 시스템 자체를 하나의 멋진 이야기로 엮은 사례가 하나 있는데 바로 메타포 리판타지오다. 적절한 OST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메타포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OST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처음에는 아무 음악도 없는 상태로 황량한 대지에 홀로 내던져진 주인공은 주인공의 조력자 갈리카가 ‘음악은 최초의 마법’이라는 대사와 함께 주인공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여 OST를 들려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짧은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게임하는 내내 OST가 바뀔 때마다 정말 응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캐릭터 코스튬, 스킨의 경우도 예전에는 적당히 이름만 붙여서 냈다면 최근에는 이 캐릭터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에서 애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많이 채용한다. 니케의 경우 매 버전 새로운 스킨이나 기존 캐릭터와는 복장이 다른 이격등이 출시되는데 이때마다 이벤트 스토리에 관련 내용을 잘 녹여냄으로써 플레이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킨다. 자소서에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처럼 게임 캐릭터들도 본인들의 의상 하나하나까지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발견한 것을 공유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과정이 커뮤니티 내에서 끊임없이 순환하여 다음 업데이트나 후속작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원동력을 준다는 점에서도 선순환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가 플레이할 때는 잘 몰랐거나 심지어 재미없다고 느껴졌던 부분조차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내가 몰랐던 세세한 설정들을 알게 되면 퍼즐이 맞춰지면서 와! 하는 순간이 온다. 난 이 느낌을 굉장히 좋아한다.

오브젝트 곳곳에 내러티브를 숨겨두는 다크소울이 유명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별것 아닌 잡동사니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이것들을 플레이어들이 나름대로 토론하고 재단하여 이어 맞추는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것이 없다. 오죽하면 프롬뇌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수많은 게임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시대다. 특히나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의 경우는 이러한 어필이 직접적으로 매출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정말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올 때마다 캐릭터 비화나 일상 PV 등이 쏟아져 나오고 최근에는 전용 OST까지 공개하는 등 정성을 쏟는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요소가 게임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 분야에서 정말 유명한 게임이 하나있다. 바로 머릿속에서 다들 떠올랐을 바로 사이버펑크2077이다. 너무나도 큰 기대를 받고 세상에 나왔으나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추락한 사이버펑크는 넷플릭스에서 엣지러너가 출시되고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과 게임에 있는 설정들을 잘 융합하여 대박을 낸 엣지러너는 사이버펑크2077를 순간적으로 스팀 판매량 1위 게임으로 다시 올려놓았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 아닐까.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시대, 한 게임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게임이 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스토리가 있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하나의 작은 세계를 창조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이 세상이 갈 방향을 안내해 주는 것이 바로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이 세계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토리는 단순한 줄거리나 대사가 아니다. 그것은 게임의 환경, 캐릭터, 음악, 그리고 플레이어의 경험과 커뮤니티에까지 스며든다. 우리가 "명작"이라 부르는 게임들은 단순히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에게 기억과 감정을 남긴 게임들이다. 스토리는 평범했던 게임은 기억에 남는 명작이 되고, 스쳐 지나가던 조연들은 어느샌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로 변화시킨다. 이런 게 바로 마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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