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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데스스트랜딩 리뷰 및 소감

미라미라 2021. 6. 22. 15:07


어려움 난이도 클리어

제목 데스스트랜딩
(Death Stranding)
장르 오픈 월드 액션 게임
언어 자막 한글화 리뷰 스포일러 O
작성일 2021-06-22 수정일 -

2달간의 기나긴 여정이 끝나고 간략하게 나마 데스 스트랜딩의 리뷰 겸 소감을 적어 보려고 한다. 솔직히 이 게임은 내가 사기 전에도 여러 정보들을 접하고 리뷰들을 봤지만 감이 전혀 오지 않았기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전투 상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불호 갈리는 게임? - 게임 장르에 대하여

호불호가 갈린다는 의견이 거의 대부분의 리뷰에서 나오던데 그건 이 게임의 장르를 잘못 이해하고 구매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이 게임은 액션 파트가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구색만 맞춘 것일뿐 히데오 코지마가 개발한 메탈 기어 솔리드와는 다르다.

게임 내내 무언가와 싸우기 보다는 황량한 벌판을 걸어 다니고, 짚라인을 타고 산을 이동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 잡입적인 요소도 작중 각종 BT들을 피해 가며 가야 할 때가 있으나 기본적인 설계는 특정 퀘스트들을 제외하면 잠입이 아니라 피해 가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게임 중반쯤 접어들면 BT지역은 카이랄 결정을 파밍 하러 갈 때, 스토리상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짚라인과 국도를 통해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시간은 인벤토리를 정리하거나 경로를 계획하고

이 게임은 인벤토리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며 무언가 설계하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맞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 사이에 지나치게 되는 위험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절벽을 넘고 강을 건너지만 편한 직선경로를 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트럭이 이동 가능한 평평한 지형을 갈 것인지, 지나치는 장소중 BT나 강도가 출몰할 위험성이 있는지,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통과 가능한 지형인지등 수많은 요소를 따지고 경로 설정을 하며 계획하는 것에 재미가 있다.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쓰인다.

더 나아가서 건설 시뮬레이터의 면도 갖추고 있어서 힘들게 걸어다녔던 산악지형을 돌아다니며 가장 효율적인 위치를 찾아내어 짚라인을 건설하고, 게임 내 흩어져있는 국도들을 연결하여 쾌적하게 다님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감이 상당히 크다. 덤으로 내가 완벽한 위치에 건물을 지었다면 전 세계의 다른 유저들에게 좋아요를 받음으로써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다. 

따라서 이 게임은 잠입/액션 요소보다는 인벤토리 관리 게임, 건설 시뮬레이터 게임에 가까우니 구매 할 때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에 관하여

언뜻 보면 심심해보이는 워킹 시뮬레이터 같지만 의외로 여러 요소들이 산재해 있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데스 스트랜딩은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한다.

끝이 안보이는 절벽을 기어올라가고 정상에서 목적지가 보일때의 그 기분

첫 번째는 스토리상의 이유로, 혹은 단순 호기심등으로 미지의 장소를 향해 첫 배달을 하는 파트이다. 맵도 밝혀지지 않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고 다른 유저의 시설물도 아직 등장하지 않아 오직 내 힘만으로 돌아다니는 파트이다. 만년설이 쌓인 산악지형, 독가스들이 가득한 화산지형 등을 오직 기상예보와 지도만으로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여 탐험하는 파트는 정말 재미있었다.

적절한 장소에 있는 시설물들은 좋아요가 수천~수만단위이다.
엄청나게 많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설물들

두 번째는 이미 개척된 장소에 국도나 다리, 짚라인 등을 설치하여 이동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받으며 상호작용하는 파트이다. 첫 번째 파트에서 힘들게 탐험하던 지형을 짚라인이나 트럭 등으로 간편하게 넘어가고 등짐을 진 채로 소량 배송하던 것을 트럭으로 대량의 물품을 배달했을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게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아요를 받으면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든다. 

정밀기기같은 경우 이렇게 실수로 떨구기라도 하면 바로 부서진다...

배송을 하면서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것에 대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많아서 졸리기는커녕 오히려 긴장감마저 감도는 것이 데스 스트랜딩의 배송이다. 배송물마다 특성이 있어서 시간제한이 있는 물품도 있고,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 배송물, 물에 닿으면 안 되는 배송물, 부식되기 쉬운 배송물등 다양한 종류의 의뢰가 있다. 

걸어 다닐 때도 지니고 있는 물건들의 무게, 밸런스에 따라 샘이 휘청거리는 것을 바로 잡아줘야 하며 가파른 내리막길 등을 내려갈 때는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게 세밀한 컨트롤을 요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다른 유저의 화물들
화이트 아웃이 왜 무서운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텅 비어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꽉 찬 것 같은 맵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바위와 들판밖에 없는 황량만 맵들이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수많은 요소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강도 역할을 하는 뮬, 테러리스트와 특수한 방법으로만 죽일 수 있는 BT라는 괴물들, 강풍, 태풍, 비, 눈, 화이트 아웃 등 수많은 자연재해들, 강들의 폭과 수심 체크 그 이외에도 수많은 지형지물들로 채워져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이사이에 다른 유저들이 세워둔 표지판과 각종 시설물, 보급품, 유실물들이 있어서 밀도 높은 세계가 형성되어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스토리 전개

스토리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말이 많다. 데스 스트랜딩이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와 참신한 설정이라는 것은 확실히 맞는 말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코스믹 호러의 인기 많은 두 장르를 잘 합쳤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설정은 인터뷰를 읽어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비판이 많은데 실제 플레이하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우선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세계관을 이해하기 굉장히 힘들다. 각종 퀘스트와 컷씬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설정이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나에게 오는 메일이나 인터뷰 기록 등을 내가 직접 뒤져서 읽어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것들의 퀄리티가 낮다는 소리는 아니다. 각종 메일들은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인터뷰 기록들은 읽어보면 굉장히 짜임새가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마치 별개의 설정집처럼 구분해 놨다는 게 아쉽다. 실제로 데스 스트랜딩 커뮤니티를 가보면 게임 중후반인데도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뭐임 나보고 어쩌라는건데~ 나좀 그만 쳐다봐

후반부에 가서는 지금까지의 느긋한 스토리와는 다르게 3시간 정도 챕터가 미친 듯이 넘어가고 이야기가 급진전되면서 기나긴 컷씬들을 강제 관람시키더니 끝나버린다. 시간이 쪼들린 것인지 의도한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 챕터들의 전개 방식이 너무 아쉽다. 

밑은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성 감상이다.

더보기

디시 데스 스트랜딩 갤러리에서 봤던 스토리에 대한 감상인데 정말 너무 공감이 되어서 가져와봤다.

 

스토리 결말이 결국엔 신적인 존재에 의해 문제 해결된다는 것이 별로였음. 
 
결국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 문제를 신적인 존재에 의해 해결본다'는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일본스러운 감성과 각본으로 전개가 됨.
 
게임자체의 sf적인 비주얼과 인간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인간의 힘으로 이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빌드업을 
 
통수로 그냥 날려버림. 게임내 스토리 빌드업이 결국 통수를 위한 빌드업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진행상황이라던가 그런 것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괜히 어렵게 꼬아서 말을하고,
 
게임진행을 하면 할 수록 스토리가 풀리는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더 꼬이는 느낌밖에 안들음. 필연적으로 엔딩에서 설명충 빙의되는 엔딩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임.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매력덩어리 캐릭터들이 결국엔 걍 설명이나 구구절절 하는 설명충 쩌리짱으로 전락하게 됨. 메인악당조차도 쩌리짱임.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인간이 힘을 합쳐서 문제를 극복해내는게 아니라 어디 일본 공포게임, 일본 라노벨에서 많이 본듯한 환원적인 스토리의 전개는
 
내 취향이랑 전혀 맞지를 않았음. 이게임을 요약하면 서양판 스즈미야 하루히라고 할 수 있을지도..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deathstranding&no=11256&page=3)

 

실제로 내가 게임할 때도 초중반 내내 빌드업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후반부에 그저 배경을 채워줄 뿐인 병풍으로 전락하게 되고 메인 악역인 힉스도 나중엔 별 볼 일 없는 놈으로 끝나버리고 아멜리와 샘이 사바사바 해서 끝나는 전개는 많이 아쉬웠다.

하트맨이나 로크너&뮬린겐, 데드맨등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본 적 없는 굉장히 특이한 설정에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와서 후반부를 기대했는데 이 모든 것이 아멜리 하나로 묻혀버린 것에 대한 반동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빠져드는 분위기

게임에는 다양한 몰입이 있는데 스토리 몰입 이외에도 게임 플레이로써의 몰입도도 있다.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 플레이할 때 몰입도가 엄청난 편이다. 배경 음악 없이 오직 바람소리, 풀 흔들리는 소리와 샘이 헉헉대는 소리만 들리는데 묘한 긴장감이 맴도는 게 게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게임 최고의 순간은 적막한 곳을 홀로 걸어가다 갑자기 OST가 흘러나올 때 인것 같다.

특정 지역에 가면 짤막하게 노래가 들리며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데 힘들게 설산을 뚫고 있는데 갑자기 아련한 노래가 들려올 때면 정말 몰입도 최대를 찍으며 게임이 가능하다. 

추운 곳에 있으면 온몸에 서리가 끼고 샘이 고통스러워한다.

주인공인 샘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만들어서 달리면 헉헉대다 잠시 멈추면 혼자 숨을 고르고, 휴식공간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혼자 이런저런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었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달부 모집중

디렉터스 컷의 소식이 새롭게 들려와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세일할 때도 좋고 정가로 돈 주고 사도 안 아까울 정도의 게임이었다. 혹시나 나온 지 좀 지난 게임이라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은 안심해도 된다. 게임 특성상 좋은 위치에 있는 구조물들은 서로 보수를 해서 2020년도 건물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으며 2021년 6월인 현재도 꾸준히 건축물들이 새롭게 생기고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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