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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ars of Eternity Soundtrack - Dyrford

디어포드 마을

정처 없이 여행하던 도중 도착한 디어포드 마을은 디파이언스 만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있는 마을이다. 예전에는 거대한 요새가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지만 현재는 요새의 잔해만 남아있을 뿐 별 볼 일 없는 작은 시골마을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마을에 진입하니 조용한 시골마을 분위기와는 다르게 한쪽에서는 중무장을 한 경비병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캐묻고 다니며 마을을 수색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슬퍼하는 어머니

마을 구석에는 한 여인이 무릎 꿇은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신비로워 보여서 말을 걸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그저 묵묵하게 자기 할 것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그녀가 투명인간인 것 마냥 인식하지 못했으며 그녀 또한 주시자에게 어떠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여인이 하는 행동을 조용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강한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앙에 거대한 종이 있는 넓은 고원이 펼쳐지더니 한 아이가 산파의 손에 의해 태어나는 광경이 보였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차임벨 소리를 들으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환영을 끝으로 주시자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묘사가 쉴 새 없이 시적인 표현을 써가며 몰아쳐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재밌는 것은 환영을 보며 들었던 차임벨의 딸랑거리는 소리 실제로 이 여인이 손에 매달고 있기도 해서 행동할 때마다 게임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환영이 끝나자 지금까지 나에 대해선 무관심했던 여인이 갑자기 나를 향해 말하기 시작한다. 내가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봤다는 것을 알아낸 여인은 내 영혼 또한 들여다봤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그녀는 그냥 평범한 시골 아낙네가 아니라 영매사였다. 내가 주시자임을 알아챈 여인은 뭔가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나와 함께하겠다고 하며 동료로 들어오게 된다.

특이하게도 이름이 그냥 '슬퍼하는 어머니'이다. 이름으로 불리는 동료들과는 뭔가 다른데 재밌게도 그 이름은 여인이 자신을 소개한 이름이 아니라 그냥 내가 임의로 부르는 호칭이다. 이름이나 호칭은 어떻게 불려도 크게 상관이 없다며 본인도 신경쓰지 않는다.

슬퍼하는 어머니는 내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뭘 봤는지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할로우 본이라는 단어를 듣자 굉장히 슬퍼하기 시작한다. 산파와 아이가 나온 환영과 관련이 있었던 걸까?

그 후 마치 어머니라는 이름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의지하라는 말을 한다.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며 대화를 멈췄다.

여관이나 야영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슬퍼하는 어머니의 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슬퍼하는 어머니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자신이 주시자라 믿게 했다. 먼저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그녀가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믿었고 그에 대해 부정을 안 했을 뿐이었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영매사로써 어느 정도는 영혼을 읽을 수 있던 그녀는 산파의 역할을 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말해주는 역할을 했다. 진짜로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어머니의 영혼과 주변 환경들을 파악해서 적당히 둘러대는 정도였지만, 크게 들통나지는 않았나 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으로 보일 수 있으나 슬퍼하는 어머니는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라며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나는 거짓이라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아이를 축복해주는 일은 그렇게까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주시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주시자임을 굳게 믿었고, 그녀의 축복된 예언 때문인 지는 몰라도 다들 믿음에 따라 올바르게 잘 컸다고 한다.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 아이들은 구원받았으며 같은 상황이 오게 되면 나 또한 같은 행동을 할 거라 믿는다고 하며 두 번째 대화는 끝이 난다. 


디어포드 마을의 서브 퀘스트들

슬퍼하는 어머니와의 대화는 뒤로하고 슬슬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마을 중심부를 둘러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초록 옷을 입은 쾌활한 여자 행상인이었다. 조용한 시골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게 몸 곳곳에 상처가 나있었으며 팔과 얼굴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상처에 대해 물어보니 마을 주변에 살고 있는 드레이크의 알을 혼자 훔치려다가 걸려서 죽다 살아났다고 하며 나에게 알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참고로 포트레이트는 그냥 말하는 게 귀여워서 붙여둔 내 상상도다. 

헨디나에게 디어포드 마을에 대해 물어보니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전부 영혼 없는 아기, 할로우 본이어서 사람들이 다 떠나버렸다고 한다. 저주를 피해 사람들이 떠나자 길디드 베일처럼 마을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먼저 도착해서 알을 노리고 있던 도적들을 물리치고 간단한 스킬/도구 체크를 거치면 어렵지 않게 용의 알을 가져올 수 있다. 확실히 헨디나가 왜 다쳤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많은 수의 웜들이 많았다.

알을 건네주면 깜짝 놀라며 귀여운 윙크와 함께 디어포드의 명성치와 함께 동전을 한 움큼 쥐어준다.

마을 구석에서는 오우거에게 돼지를 도둑맞아 화를 내고 있는 농부도 있었다. 재밌는 건 신들 이름을 대면서 마구 저주를 퍼붓는데 내가 나서서 신성모독의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말을 해줄 수 있다. 그나저나 마을 치안이 얼마나 엉망이면 그 거대한 오우거가 마을 한복판에 들어와서 돼지를 훔쳐갈까?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마을임에는 틀림없었다. 오우거의 머리를 가져오면 뭔가 보상을 해준다고 하니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오우거는 마을 밖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그가 사는 동굴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해골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상한 버그가 걸려버렸다. 난 오우거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나와 거래는 성사되었다면서 대화도 안되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원래 이 오우거는 캐드 누아의 경비원으로 쓸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스크립트가 꼬여버려서 퀘스트 진행이 안되어 강제 공격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보상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쓰던 권총과 함께 소량의 금액을 주려고 했으나 내가 보상을 거절하자 그럼 이거라도 챙기라면서 작은 돼지를 한 마리 선물해줬다. 날 따라다니는 애완 돼지인데 엄청 귀엽게 생겼다 ㅋㅋ

 


핏빛 유산

마을 여관으로 들어가면 한 귀족과 여관 주인장이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귀족에게 말을 걸면 마을이 왜 이렇게 어수선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을 헤론드 경이라 소개한 귀족은 자신의 잃어버린 딸을 찾아 수색 중이었던 것이다. 어지간히도 급했는지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듣는 것도 무시하고 굉장히 강압적인 태도로 수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고 하며 핏빛 유산이라는 퀘스트가 시작된다.

그는 혼기가 다된 딸에게 짝을 찾아주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었는데 디어포드에 도착하자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강제로 결혼을 시키려고 했기에 딸이 반감을 품고 가출한 게 아닌가 싶다.

이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디어포드 마을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헤론드경과 말다툼을 벌였던 여관 주인에게 정중하게 묻자 그는 마지못해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헤론드의 딸 에일리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굉장히 좋지 않은 표정으로 헤론드 경을 따라다녔고 어느 날 조용히 여관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에일리스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지만 유일하게 트라이길이라는 남자와는 여러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다음은 트라이길에게 에일리스의 행방을 물어보러 갔다. 

마을의 가죽 세공인인 트라이길을 찾아가니 처음에는 에일리스가 누군지 모른다고 잡아떼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조금 추궁하니 그는 에일리스와 몰래 달아나 밀회를 즐기고 있었는데 오우거가 갑자기 나타나 에일리스를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윈프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헨디나에게 물어보니 에일리스는 이미 입덧을 하는 등 임신의 전조가 뚜렷하게 보였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잘못 본거 아니냐고 되묻지만 그녀는 틀림없다며 확신을 한다.

에일리스가 트라이길과 밀회를 가진건 시기상 얼마 안된것 같은데 입덧을 했다는걸 보면 트라이길과 만나기 이전부터 임신을 했다는 뜻이된다. 하지만 헤론드경은 나에게 임신에 대한 사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일리스가 그저 힘든 여행길에 지쳤다고만 했었다. 즉 그도 뭔가 나에게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 임신한 상태로 혼인 상대를 찾는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고 말이다. 


디어포드 유적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자 우선 오우거에게 잡혀갔다는 말을 믿고 디어포드 유적 근처를 수색하던 와중 수상한 입구를 발견했다. 던전 입구를 발견하자마자 듀런스가 이곳이 스카엔의 신도들이 숨어 있는 곳이 틀림없다며 확신을 했다. 스카엔은 음모, 증오의 여신인데 벌써부터 느낌이 좋지 않다..

유적을 수색할 필요도 없이 입구부분부터 벌써 거대한 의식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변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중앙 부분으로 걸쭉한 피 웅덩이가 모여있었는데 슬퍼하는 어머니부터 듀런스, 사가니까지 굉장히 역겨운 장소라면서 혐오감을 드러낸다.

피 웅덩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주시자의 능력이 발동되면서 피 웅덩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의식에 바쳐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귀족의 압정을 견디다 못해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의식에 목숨을 바쳤고, 이 원혼들을 한데 뭉쳐 어떤 한 사람에게 몰아넣어 복수를 시행할 거라며 혼자 떠들어대는데 여기서 내가 스카엔을 믿고 있으면 뭔가 다른 선택지가 나오는 것 같은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의식의 흔적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에일리스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에일리스와 함께 있던 와이문드라고 하는 남자를 추궁해보니 그가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줬다.

에일리스가 임신한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아이의 아버지인데 에일리스는 헤론드의 아이를 배고 있었다는 것이다. 할로우 본만 낳는 아내를 대신하여 조카를 겁탈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 사실을 아는 주변인들은 헤론드가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고 에일리스가 절망한 틈을 타서 와이문드가 그녀를 이용해 귀족들을 한방 먹일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에일리스는 이미 의식을 끝마치고 수많은 원혼들을 내부에 주입받은 상태여서 헤론드가 벌을 받게 그녀를 그냥 보내 주거나 그녀를 죽임으로써 와이문드의 계획을 망치게 할 수 있다.  

여러모로 에일리스에게만 배드 엔딩인데, 이때 파티에 슬퍼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그녀의 영매사 능력을 활용해서 에일리스의 기억을 지워 줄 수 있다! 그녀가 당한 일은 너무 끔찍하지만 복수를 위한 제물이 되면 안된다며 기억을 지워 줄 것을 청한다. 

이미 원혼을 주입받은 상태기 때문에 그냥 보내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인 그녀를 돌려놓기 위해서는 기억을 통째로 지워놓는 수 밖에는 없었다. 

참고로 이번 퀘스트는 신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듀런스를 대려가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여기서 와이문드의 본색이 드러나는데, 에일리스가 기억을 잃어서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바로 태도를 바꿔 나뿐만 아니라 이용가치가 떨어진 에일리스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신의 무기를 든 나에게는 전혀 상대가 안됐고 외마디 비명 한번 못 지른 채 다진 고기가 돼버렸다.

헤론드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 빼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에일리스는 크게 당황하며 구석에서 혼란스러워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 줄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는 건 위험하니 도시 변두리에 있는 사제를 찾아가 보라고 말해줬다. 베라스의 신전이었던가? 혼자 도적들이 들끓는 숲길을 걷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지만 와이문드를 죽였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었고 엄청나게 넓은 디어포드 유적들을 샅샅이 뒤지면서 스카엔의 신도들을 토벌했다. 마지막으로 구석에 사다리가 있길래 유적이 정말 거대하구나 생각하며 올라간 순간..

가죽세공 특유의 톡 쏘는 냄새가 나면서 익숙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가죽 세공인 트라이길의 작업장이었는데 작업장 뒤쪽으로 유적과 연결되는 비밀 통로가 있었고 그도 와이문드의 계획에 동참한 스카엔의 신도였다! 내가 추궁할 틈도 없이 내가 뒤쪽에서 나오는 걸 보자마자 칼을 들고 달려오길래 와이문드와 같은 곳으로 보내줬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 에일리스의 소식을 알려주고 헤론드 경에 대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문답 무용으로 그를 죽여버릴 수도, 비밀을 간직하는 대신에 돈을 뜯어낼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에일리스가 죽었다고 거짓말해서 수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재밌는 건 하는 행동은 악인이어도 어찌 되었건 유력한 귀족 가문이자 영주여서 그런지 그를 죽여버리면 디파이언스 만의 명성이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디어포드 마을의 실종사건은 끝이 나게 된다. 재미없는 시골마을인 줄 알았는데 그 밑에는 거대한 종교집단이 활보하고 있는 이중적인 곳이었다. 이곳에 있는 스카엔의 신도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싹 정리했으니 한동안은 평화로울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