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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자들이 숨어있다는 케이론의 흉터에 도착했다. 케이론의 흉터는 온드라의 사원과 같이 거대한 운석이 정중앙에 박혀있었는데 운석이 떨어질 때 생긴 크리에이터가 시간이 지나 호수로 변한 모습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입구부터 눈없는 자들이 바글바글한 게 심상치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눈 없는 자들까지 등장해서 골치 아프게 한다. 

입구에 진입하자마자 듀런스가 의미심장한 소리를 하는데 난 아직 본편 퀘스트를 거의 깨지 않은 상태여서 잘 이해가 안 됐다. 듀런스도 마그란 이야기를 자주 하던데 앞으로 뭔가 있는 건가?

호수 주변에는 눈 없는 자들 뿐만 아니라, 비릿내나는 어인인 라구페스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온드라의 광신도 잔당들이 바글바글하다. 스톨워트에서 이 호수 주변으로 떠난 사람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던데 왜인지 알겠다.

온드라의 광신도들은 주로 전사, 성기사, 몽크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처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특히 몽크들 밀치기 공격은 계속 당하다 보면 내가 RPG를 하고 있는 건지 당구를 하고있는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어지럽다..

이때쯤 미네하는 '래곤의 도약'이라는 스킬을 얻었는데 진짜 말 그대로 갑자기 점프해서 하늘을 붕 날더니 적진 한가운데 착륙한다. 모션이 멋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없이 가벼운 것이 아쉽기도 하고 좀 웃긴다. 

눈 없는 자들과의 전투는 주로 좁은 빙판 위에서 치르게 되는데 이때 물속에서 정체불명의 촉수가 함께 튀어나와 이들을 지원해준다. 촉수로 내려찍을 것 같은 외관과는 다르게 의외로 돌덩이를 집어던지는 원거리 공격을 하기 때문에 조금 까다롭다. 

전투하던 와중에 갑자기 생각나서 두르간의 포탑에 포격 요청을 해봤다. 대미지는 그럭저럭 쓸만한데 일회용인 데다가 이펙트가 너무 심심해서 살짝 실망했다. 생각해보니 오우거들 지원요청은 게임 끝날 때까지 한번도 안해봤네..

눈 없는 자들을 물리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사방이 수정으로 둘러싸인 데다가 운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신비한 보랏빛 광채가 은은하게 돌았다. 입구 부분에서 갑자기 또 다른 촉수가 튀어나와 긴장했는데 이번엔 적이 아니라 온드라였다. 정확히는 '온드라의 머리카락'이었다..

저번에 환영으로 만났을 때 호수에 도착하면 뭘 해야 할지 알려준다더니 해결책은 상당히 심플했다. 아비돈의 망치로 수정을 후려쳐서 동굴 붕괴를 일으키라는 거다. 물론 혼자서 하면 몇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아비돈의 망치에 공명하여 눈 없는 자들이 수정을 같이 부숴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하더니 이런 통수를 치다니... 뭔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망치를 두들기는 동안은 계속 동굴 속에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눈 없는 자들과 같이 호수 밑바닥으로 수장된다고 한다. 지금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라고 반문할 수는 있으나 온드라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며 말을 아낀다. 

그 후 마지막 방법을 통보한 온드라는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다..

일단 다른 방법이 없으니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데 이곳에는 가동 중인 눈 없는 자들 외에도 벽에서 동면중인 수많은 눈 없는 자들로 가득했다. 벽안에 갇혀 동면중인 거인이라니 진격의 거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동굴 최심부로 들어가니 내가 쳐야 하는 거대한 수정의 모습이 보였다. 아비돈의 망치로 저 수정을 치기만 하면 내가 끝나든 눈 없는 자들이 끝나든 간에 모든 것이 마무리된다. 그렇게 비장의 각오를 다지고 누가 망치를 들까 고민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니..

?

으악!!!

동굴 중심부에는 엄청 징그럽게 생긴 대형 크라켄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호수 외부에서 싸웠을 때도 정체불명의 촉수들이 있었다. 그냥 그 촉수들도 온드라의 무언가 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이 크라켄의 일부분이었나 보다.

크라켄의 촉수들을 다 베어버리고 이제 끝났다 싶은 순간 2 페이즈가 시작된다. 전투의 소리를 들은 눈 없는 자들이 깨어나서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아비돈의 망치가 있기 때문에 눈없는 자들은 크게 문제가 안되지만 전투가 길어져서 피해가 누적되어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서 겨우 이겼다. 

이제 정말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직접 남아서 치거나 동료 중 한 명을 골라서 수정을 치게 할 수 있다. 미네하는 자기가 치길 원하지만 명색이 내가 주인공인데 내가 쳐야 멋이 나지. 설마 진짜 주인공을 죽여서 엔딩 크레딧이 나오겠어? 싶은 마음에 직접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동료들이 한 마디씩 해주는데 내가 정말 죽을 거라고 확신에 찬 것처럼 마지막 말을 해준다.. 설마 진짜 죽이진 않겠지?????

바로 그때 잠수모를 썼다는 지문이 나왔다! 이베라의 잠수모를 가지고 있다면 죽지 않고 어떻게든 빠져 나올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베라의 잠수모 어디서 얻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마 서브퀘였던 것 같다. 성능은 그냥 그래서 인벤토리 구석에 처박아둔 채 잊어버렸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다니

그렇게 망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한편 동굴 밖으로 도망가는 동료들도 결코 편하게 보낼 수는 없다는 것 마냥 어려 스킬 체크들이 나온다. 눈 없는 자들에게 진로가 가로막혀서 듀런스가 격퇴의 인장으로 넘어트리기도 하고, 동굴이 무너져 내리자 미네하가 바바리안의 격분을 사용하여 바위를 부수기도 했다. 

운석이 가라앉는 여파로 빙판이 갈라졌을 때는 사용 가능한 스킬이 없어서 당황했으나, 사가니의 노련한 생존 스킬로 인해 안전한 지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한편 주시자의 망치소리는 동굴 내 눈 없는 자들을 자극시켜서 이들이 함께 수정을 때리게 했고 동굴은 점점 물이 차올라 가라앉기 시작했다. 처음엔 발목 그다음엔 무릎, 허리, 어깨 식으로 점점 차오르기 시작한 물은 수정이 완전히 깨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운석은 호수 깊숙한 밑바닥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아까 준비했던 잠수모는 작동이 문제없이 잘 돼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어도 호흡할 수 있었고 힘겹게 빙판 위로 기어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힘겹게 물살을 해치고 나오니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동료들의 환호성이 아니라 다시 떠오른 운석의 파편과 수많은 눈 없는 자들이 이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근데 이거 가만히 보고 있으니 뭔가 이생했는데, 분명 텍스트 묘사는 달의 파편에서 줄지어 나왔다고 써져있는데 일러스트는 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일러스트지?

또 전투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순간 눈 없는 자들 중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어떠한 의사표현도 하지 않고 그저 파괴만을 일삼았었는데 갑자기 180도 돌변하여 지성을 가진 생명체마냥 날 꾸짖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두르간의 포탑을 부수고 그곳에 있는 파그루넨과 일행을 몰살시킨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망각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있었다. 여러 대화 끝에 그들은 본디 자신들이 맡고 있던 보존, 발전의 임무와는 정반대로 온드라가 자신들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공성병기로써 활용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옛 고대문명인 잉그위스를 수호하길 원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각각의 문명은 온드라의 가르침처럼 해일로 모든 것을 휩쓸고 새로운 공터에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 문명들의 뼈대를 기반으로 하여 지어진다며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준다. 보존의 신 아비돈과 망각의 신 온드라의 견해 차이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눈 없는 자들은 골렘으로 부활한 아비돈에게 되돌아가 그를 원래의 모습인 보존의 신으로 복원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주시자는 이들과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 선택지에 따라서 이들을 보내 보존의 역할을 하게 할 수도 있고, 온드라의 뜻을 따라 이들을 망각의 소용돌이 속으로 넣어서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할 수도 있다.  

대사와 선택지들은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해온 퀘스트들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사실 생각보다 선택지들이 까다로워서 세이브 로드를 몇 번 했다. 지금까지 행적에 대하여 이들이 평가하고 엔딩이 바뀐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레드세라스와 디어우드간의 대전쟁, 납 열쇠회 이야기, 미네하의 개인 퀘스트, 주시자로써의 삶과 현재 대륙 전체에 퍼진 심혼술등 정말 여러 가지에 대해 논하게 되며 최종적으로 그들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다. 

대화를 잘 진행했다면 그들도 여러 의문들을 가지게 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묻게 된다.

여기서 다시 아비돈에게 돌아가 보존의 신이 되게 할 수도, 온드라에 뜻에 따라 기억을 보존시키지 않을 수도 있고 만약 대화를 잘 풀어갔다면 제3의 선택지인 보존의 신이 되게 하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더 이상 잉그위스 문명에 대한 집착을 버리도록 선택할 수도 있다. 난 베스트 엔딩으로 보이는 제 3의 선택지를 골랐다. 

그렇게 그들은 역사의 교훈을 간직한 채 아비돈을 복원시키러 떠났고

길고 길었던 하얀 산맥에서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던 DLC였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가 으레 그렇듯 초반에는 알아듣기도 힘든 난해한 설명으로 세계관이 어떻게 되어있는 건지, 얘네는 지금 왜 싸우고 곤란해 하고 있는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스토리의 중반~종반부에 가니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확 트이는 시점이 있어서 몰입하며 할 수 있었다. 특히 기억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메인 퀘스트가 진행되었고 미네하, 자후아, 자록의 악마등 동료 퀘스트들 또한 기억과 연관되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플레이했다.

좀 섭섭하다고 해야하나 아쉬웠던게 저 엔딩 컷씬 하나만 보여준 다음 갑작스럽게 하얀 산맥의 이야기가 끊기게 된다. 개선문 행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스톨워스에서 다들 수고했다고, 감사한다고 한마디라도 해주던가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컷씬 몇개가 나오는 것을 원했는데 저게 끝이었다.. 원래 필라스가 이런 면이 좀 있다고는 해도 허무한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다..

게임 난이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어려웠으나 여러 장비나 보상들이 훌륭해서 파밍하는 맛은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하얀 산맥에서 얻은 장비들이 너무 좋아서 본편으로 돌아가니 뭔가 난이도가 두 단계는 내려간 느낌이기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된다..

이제 정말 오랜만에 다시 메인 퀘스트로 돌아갈 때다. 본편 메인 퀘스트는 진행한 지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썼던 글이나 훑어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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