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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ars of Eternity Soundtrack - Old Watcher

연재 4편에서 온 편지를 기억하는가? 크래그홀트라는 곳에서 분쟁이 일어났다는 편지 한통이 날라오게 되고 알로스가 굉장히 흥분했었는데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이곳을 조사하기 위해 출발했다. 크래그홀트라는 지역에서 용병 집단과 대마법사가 싸우고 있다는 정보였는데 대마법사는 다름 아닌 콘셀하우트였다! 콘셀하우트는 게임 설정을 몰라도 굉장히 익숙한 이름일 텐데 왜냐면.. 

알로스를 키우다 보면 초반에 많이 얼굴을 비추는 콘셀하우트의 ~~ 주문 스킬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마법들을 고안하고 저명한 서적을 집필한 대 마법사이기 때문에 흥미가 가서 직접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콘셀하우트가 살고 있다는 크래그홀트에 도착하니 용병단이 진을 치고 길을 막고 있었다. 내가 캐드 누아의 주인이라는 걸 밝혀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한다며 협박을 하기 시작하는데.. 뭔가 조용히 지날 방법을 찾아봤지만 도저히 뚫을 구멍이 보이지 않아 강행 돌파로 들어갔다.

하얀 산맥을 막 클리어한 시점이라 오버스펙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전진했으나 적들이 뭔가 심상치 않다. 그냥 전사랑 레인저 몇명이 끝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거대 오우거와 수많은 마법사, 바드들을 대동한 군대 수준의 용병단이었다. 

좌측 하단 꽁지빠지게 도망치고 있는 알로스..

특히나 적의 밀집도가 굉장히 높아서 한쪽에서 전투를 치르면 바로 옆에서 순찰을 하던 다른 무리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전투는 엄청난 난전이 되었다. 적이 너무 많아서 전사와 성전사만으로는 적을 다 붙잡을 수 없었고 불쌍한 알로스는 주문 몇 번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적에게서 도망만 다녔다..

마침내 용병단 야영지 중심부로 들어가자 용병단장인 베일로린 사령관과 만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질문도 가능하고 말이 통하는 상식인이라고 생각했으나 대화가 어찌 되었건 여기서 살아나갈 수는 없다면서 날 공격해온다. 황금비늘이라는 유니크 평장 방어구를 드롭하긴 하는데 옵션은 평범해서 창고에 박아뒀다.

용병단 캠프에서 사령관에게 콘셀하우트를 죽여달라는 의뢰서를 발견했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적혀있지 않았고 그저 콘셀하우트를 죽이고 이곳에 있는 잉그위스 성구함을 가져다 달라고만 적혀있었다. 대체 누가 대 마법사의 목숨을 노리는 걸까?

용병단을 물리치고 드디어 크래그홀트로 들어가는데 그 사이에 엄청나게 격한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양의 사체와 내장, 피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구울들이 가득했다. 개중에는 용병단이 던진 공성병기에 딸린 시체도 있었는데 특이해서 찍어봤다.


완전히 박살난 크래그홀트 외부와는 다르게 이곳의 내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고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조용히 정찰 중이었는데 타노스라는 사람의 하인이 와서 날 불러 따라가 봤다. 

타노스는 인간이 아니라 비스락이었고 그의 방은 수많은 거미줄과 함께 이곳저곳이 해부된 장기들로 가득했다. 전투가 있었던 상층부와 왠지 모르게 비슷해 보이는데 내키지 않는 마음에 말을 걸어보니 나와 협상을 원했다.

타노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콘셀하우트에게는 4명의 제자가 있고, 타노스는 그중 하나인데 4명이 각각 콘셀하우트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대마법사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서로 열쇠를 얻으려고 경쟁하는 관계라고 한다. 타노스는 나머지 셋을 죽이면 자신의 열쇠도 넘겨준다고 하며 거래를 하자고 하는데 일단 상황도 살펴볼 겸 알았다고 했다.

타노스 바로 위쪽에 작은 방이 있어서 들어가 봤더니 그곳에는 강철 기계들로 둘러싸인 여성 드워프가 혼자 있었다. 오자마자 나가라고 하며 굉장히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어떤 질문을 해도 문답 무용으로 공격해온다. 

기계들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여러 마법을 사용했으며 시작하자마자 동시에 엄청난 양의 광역 마법들을 쏟아부어서 전투가 굉장히 힘들었다. 맷집이 단단해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좁은 방에서 적의 광역 마법을 계속 두들겨 맞으니 듀런스가 숨 돌릴 틈도 없이 광역 힐을 난사해야 했다.. 

드워프를 죽이고 나니 그녀가 콘셀하우트의 4 제자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쪽지를 통해 알 수 있었으며 강철 골렘들은 인간의 시체를 사용하여 만든 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많은 해골'이라는 말에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녀의 뒷방 문을 열자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스켈레톤을 사용하여 골렘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수만 많지 능력치는 약해서 화염구 한방에 다 죽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들어가니 그곳에는 움직이는 여러 장비들과 함께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오모아 여성이 있었다. 지금까지 구울, 좀비, 생체 골렘 등 역겨운 것만 만나다가 그래도 좀 정상적인 마법사를 만나니 반갑기까지 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만난 다른 적대적인 NPC들과는 다르게 우아리키는 나름 호의적으로 맞아주며 선제공격도 안 한다. 그리고는 타노스를 돕지 말고 자신을 도와 나머지 열쇠를 얻어오면 자신의 열쇠를 넘겨준다며 역으로 거래를 제시했다. 실험실부터 시체로 가득하고 게다가 인간도 아닌 비스락 타노스를 도와주는 거보다 마음씨 좋은 오모아 여인을 돕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서 바로 승낙했다.

우아리키는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살아있는 무기에 대해 연구하는 제자였고 부족들의 사명을 띠고 여기서 연구하고 있는 듯했다. 

바로 아래는 부패한 시체들이 굴러다니던 타노스와는 다른 느낌의 시체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방부제가 가득한 실험 통 안에 시체들이 잠겨있었고, 곳곳에는 구울들이 가득했다. 야생 구울들과 비교하면 훨씬 상태가 좋고 깨끗했지만 그래도 구울은 구울, 첫인상부터 좋지 않았다.

굉장히 오만한 느낌의 엘프였는데 열쇠에 대해 이야기하니 한숨을 쉬며 날 공격해왔다. 

그를 죽이고 연구 기록을 들여다보니 연구분야가 혐오스러울 뿐 생각보단 정상적인 내용들이었다. 다만 다른 제자들은 콘셀하우트가 준 열쇠(노트)가 깨끗한 두루마리에 써져있던 것과는 다르게 펠덴의 노트는 구겨지고 피로 얼룩져있었다. 

마지막으로 타노스의 뒤통수를 치러 갈 차례다. 사실 얘 하는 꼴을 보니 내가 다른 제자들을 죽이고 열쇠를 찾아오면 그대로 나도 공격해서 죽일 것 같았기에 우아리키를 도운 것도 있다. 아무튼 비스락과 그의 하수인들을 어렵지 않게 죽이고 노트를 찾을 수 있었다. 

웃긴 건 다른 학생들을 나름 격려해주던 노트와는 다르게 타노스의 노트는 콘셀하우트의 경고로 시작한다. 비스락의 힘인 정신지배를 다른 제자들에게 사용했고, 심지어 콘셀하우트에게까지 사용하려 했으나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꽤나 대담한 친구였네 이거.

그렇게 3명의 열쇠를 다 모아 우아리키에게 가져다주니 그녀는 깔끔하게 자신의 열쇠를 포기하고 내게 넘겨줬다. 콘셀하우트에게 어떻게 해서든 인정을 받으려고 발악하는 다른 제자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사명이 따로 있기 때문인지 놀라울 만큼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콘셀하우트의 집무실로 가는 길에 숨겨진 바위 동굴이 있어서 가봤더니 그곳에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해골들의 탑과 함께 수많은 베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각각 광역 마법을 사용하고, 냉기와 화염에 면역이었기 때문에 소각 대미지 위주로 구성했던 내 파티는 엄청나게 고생했었다.

그런데 대마법사라고 해서 웅장한 도서관과 신비로운 마도구들을 상상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해골 무더기들과 해부된 시체들, 생체실험을 일삼는 제자들까지 점점 내 기대와는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제자들에게서 얻은 노트를 이용하여 수수께끼를 풀고, 고대하던 대마법사 콘셀하우트를 만나게 됐는데.... 챙모자를 쓰고 흰 수염을 늘어논 덤블도어를 생각했던 내 기대를 가볍게 배신하고 대신 수많은 베슬들을 수중에 거느린 리치였다! 어쩐지 생명을 소모품처럼 쓰다 못해 낭비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많은 성 내부의 시체들과 이상했던 제자들의 상태가 설명이 되는 부분이었다. 

대화를 해보면 마법사의 가장 큰 적은 라이벌도, 재능도 그 무엇도 아닌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죽기가 어지간히도 싫었나 보다. 

그래도 혹시 대화가 가능할까 싶어서 뭐 도와 줄일 없냐고 물었지만 갑자기 내 영혼을 사용한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등 불길한 소리만 계속 해대서 어느 정도 전투를 각오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기 시작하는데 라이벌들의 이름들이 하나같이 쟁쟁한 대마법사들의 이름들이었다. 니나가우스, 미눌레타, 키트잘, 카라코스, 알케미르와 렝그라스 모두 마법사를 키울 때 한 번쯤은 이름을 듣게 되는 사람들이다. 콘셀하우트가 리치가 된 것처럼 이사람들도 지금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했을까?

이야기는 이쯤 하고 혹시나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싶어서 정중하게 떠난다고 말하자 콘셀하우트가 날 붙잡더니 아니나 다를까 전투가 시작됐다. 주시자인 내 영혼을 이용하여 주문을 만들고 싶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콘셀하우트는 온갖 상위 마법들을 구사하고, 그의 유니크 스킬인 '콘셀하우트의 분쇄하는 파멸'까지 쓰며 날 괴롭힌다. 지속적으로 하늘에서 망치가 내려와 내 동료들을 넉다운 상태로 만드는데 이와 더불어 사방에서 광역 마법이 날아와서 상당히 힘든 전투였다.

다행히 꼴에 대마법사라고 집무실을 널찍하게 만들어놔서 좁아터졌던 제자들 방과는 다르게 산개하기 용이해 큰 피해 없이 두들겨 팰 수 있었다. 허영심이 파멸을 부른다는 게 이런 건가?

그를 죽이고 보상으로는 유니크 스킬이 있는 콘셀하우트의 마법책과 콘셀하우트를 직접 소환 가능한 펫을 얻었다! 1 레벨 주문에 윤활이 없는 게 아쉽긴 해도 여러 강력한 스킬들이 포진해 있어서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유니크 스킬도 써볼 생각에 설렌다. 

그의 집무실 구석에는 자신의 제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책이 있었는데, 아까 만난 4명의 제자들 말고는 전부 이름에 줄이 그어져 있었다. 4명의 제자들이 서로를 죽이고 열쇠를 모아 온 최종 승자를 콘셀하우트가 죽일 생각이지 않았나 싶다. 

처음부터 콘셀하우트의 수제자가 되는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아리카는 내가 콘셀하우트를 죽인 사실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의외로 담담하게 이곳에서 자신은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호감인 친구인데 잘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크래그홀트의 분쟁을 해결하고 대 마법사 콘셀하우트를 토벌했다. 호그와트를 기대했지만 내가 본 것은 아우슈비츠에 더 가까웠다. 사실만 알았다면 오히려 용병단을 죽이지 말고 지원하는 게 더 나았지 않았나는 생각마저 든다. 먼저 공격한 게 그쪽이긴 하지만서도..어째 희망찬 이야기는 별로 없고 죄다 안 좋은 쪽만 나오는 게 필라스답기도하다. 

짤막한 서브 퀘스트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이제 내 스펙이 오를 대로 올라서 쉬울 거라 생각했던 게임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다. 아직도 어려운 전투는 많이 남아있구나 하며 앞으로 있을 일들이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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