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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보면 두르간의 포탑보다도 훨씬 더 안쪽 깊숙이 여러 산맥들로 둘러싸인 부분에 떨어진 달의 수도원이라는 지역이 새로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이곳이다. 

조류 소환자가 뭔지는 모르지만 수도승들 앞에서 내가 새로운 조류 소환자라고 하면 다들 전투없이 친절하게 들여보내 준다. 도대체 조류 소환자가 뭐하는 직업이길래 이렇게 깍듯이 대하는 걸까?

참고로 전투로 진행 할 거라면 이곳은 정말 지옥이다. 적들 중에서 몽크 클래스들이 정말 많은데 얘네들이 넉백 발차기 기술을 써서 내 파티원들이 전투내내 당구공처럼 이리저리 튀어다니다가 진형이고 뭐고 전부 무너지고 난전이 되는 형태기 때문이다. 

수도원은 정말 이 세계에 존재했던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해골 위에 지어져있었다. 해골이 어찌나 거대한지 두르간의 포탑 대문만한 크기의 문이 해골 갈비뼈 부분에 위치해있었다. 자세히 보면 수도원뿐만 아니라 맵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정체불명의 거인 해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이 온드라의 수도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메인 홀에는 촉수를 표현한 동상이 있었으며 곳곳에 물속에 기억들을 버리는 의식이 행해지고 있었다.

참고로 망각의 여신 온드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인간형의 여신이 아니라 굳이 말하면 문어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형상을 하고 있다.. 힌두교 신이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면 얼추 들어맞을 듯


그렇게 수도원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던 중, 미네하가 바닷바람의 냄새가 난다며 구석의 한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미네하가 찾던 망각의 샘이 있었다. 이 샘은 아까 봤던 일반적인 샘과는 다르게 소금물로 되어 있으며 가장 무거운 후회와 슬픔을 버리는 곳이라고 한다.

슬쩍 내려다보니 가장 무거운 기억을 버리는 장소답게 크기는 작지만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네하가 샘에 몸을 던짐으로써 전생의 기억에서 자유롭게 해 주거나, 들어가지 말라고 설득해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설득할 수 있다. 미네하의 엔딩 분기가 갈리는 시점인데 난 온드라가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고 기억을 잊는다는 행위가 꺼림칙해서 들어가지 말라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미네하는 고심끝에 기억을 가지고 살기로 했으며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기 위해 이때까지 보관해왔던 와인 한 병을 따서 축배들 들기 시작했다. 이 와인은 미네하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바로 그 장소에서 있던 것이라고 한다. 

기한은 지나 맛은 약간 시큼했지만 여전히 기분 좋은 한 모금이었다. 미네하는 이후 '흡족한 마음'이라는 결의가 오르는 영구 버프를 받게 된다. 


이후 수도원의 메인 홀을 지나 대수도원장이 있는 방에 들어가니 카오토 대수도원장이 새로운 조류 소환자가 왔다며 성대하게 맞아줬다. 이후 조류소환자의 암송의식을 치워야 하는데 지식이 높다면 적당히 둘러대서 암송을 끝마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수도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암송의식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조류소환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조류 소환자라고 하는지가 밝혀지게 되는데..

조류 소환자는 비유로써의 의미가 아니라 단어 그 자체로 조류를 소환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봉헌물을 바쳐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듯, 조류 소환자는 사람들의 기억을 짊어진 수도승들을 익사시켜 기억들이 영원히 망각되게끔 하는 역할이었다!

카오토 대수도원장을 비롯하여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언젠가는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지하로 내려가 조류 소환자가 자신들을 익사시켜 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한다.

조류를 소환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자 오랜 세월 동안 조류만을 기다려온 전대 수도승들이 반쯤 미친 모습으로 우리를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경비병들의 말에 의하면 너무 오랫동안 기억을 잊기 위해서 이곳에 감금되어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한다. 

침묵의 홀에서 우리는 한 이상한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이 전 수도원장이었던 파렌티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도승들이 침묵의 홀에서 고통받을 만큼 고통받고 있으며 이러한 일에 의미는 없으니 자신들을 해방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이러한 의식은 웬만한 신자들을 모르는 비밀의식이기 때문에 동료들은 이곳을 둘러보면서 온드라의 이러한 일면은 세간에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며 놀란 얼굴을 한다. 

먼저 의식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석판을 끼워 맞추는 퍼즐을 하나 풀어야 한다. 퍼즐의 내용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한때 아무것도 없던 섬에 도시가 들어와 번창한 도시가 있었다. 어느날 엄청난 대화재가 도시에서 번져 혼란이 일어났고 모든게 불길에 휩쓸려갔다. 그때 바다에서 엄청난 크기의 해일이 도시를 덮쳐서 불을 끔과 동시에 그곳에 있었던 문명의 흔적을 없앴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휩쓸려나간 빈 땅에 다시 새로운 문명이 들어서서 번영한다'

는 의미의 석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의 석판이다. 

마침내 미친 수도승들을 지나고 석판 퍼즐을 맞춰서 침묵의 홀 끝부분에 있는 조류 소환 장치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물체를 상승하는 물결 쪽으로 가리키면] 침묵의 홀에 거대한 조류가 발생하며 모두를 익사시키고, [물체를 열린 문 쪽으로 가르키면] 침묵의 홀을 막아놓은 철창들이 일제히 풀리면서 그들이 자유롭게 도망칠 수 있다.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이곳은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여서 신의 의식을 방해하는 것도 꺼름직하거니와 수도승들은 날 보자마자 달려들었을 만큼 정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대로 밖으로 풀어주면 주변에 대 혼란이 생길 것 같다는 판단하에 조류를 일으키키로 결심했다. 동료들의 의견도 하나같이 조류를 일으키자고 한다.

그렇게 의식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지나왔던 모든 장소들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잠깐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윽고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침묵의 홀은 그 이름답게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정적의 공간으로 변했다. 그냥 온드라의 수도원에 잠입하기 위해서 둘러댔던 조류 소환자의 의미가 뭔지, 왜 침묵의 홀이라고 불리는지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카오토 대수도원장에게 보고를 하면 조류 소환자로서의 일이 끝나게 된다. 그 후 카오토와 현대 수도승들이 침묵의 홀로 내려가게 되며 내가 대수도원장이 돼야 한다고 한다. 이제 수도원장이 되기 위해서 마지막 과정이 남았다며 수도원 꼭대기에 있는 성골함으로 가자고 한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입구는 물의 봉인으로 막혀있으며 이곳은 조류 소환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결계라고 한다. 이곳에서 내가 결계를 통과하여 온드라와 만나고, 카오토 대 수도원장을 침묵의 홀로 인도하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된다...만

갑자기 대수도원장이 예정과는 다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다른 신도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는지 주변 다른 온드라의 수도승, 신도들도 어리둥절해하며 수도원장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침묵의 홀로 들어가는 대신, 바로 이 자리에서 자신과 신도들을 죽여야만 대 수도원장의 자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아까는 신실한 사제처럼 보이더니 막상 침묵의 홀에 들어가야 하고, 그곳에서 미칠 때까지 감금되어 있다가 익사할 운명이라고 하니 쫄아서 이러는건가?? .. 생각해보면 무섭긴 하다 인정

갑자기 이러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는데..

카오토 대수도원장은 과거에 온드라의 가호를 받아 익사할 뻔한 것을 살아 나온 경험이 있었고 이를 통해 신실한 온드라의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대로 대수도원장의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이러한 온드라의 기억들, 자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경험들을 잊은 상태로 죽기는 싫다며 차라리 기억을 가진 지금 이 상태로 죽겠다고 한다. 

결국 카오토 대수도원장도 과거의 기억을 버리고 싶지 않았으며 미네하와 마찬가지로 망각하는 대신 이것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일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조류 소환자에게 침묵의 홀 의식을 가동하라고 명령하며 수많은 전대 수도승들을 익사시켜 놓고는 자기만 기억이 아까우니까 기억을 간직한 채 죽겠다고 한 게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웃긴 건 만약 침묵의 홀에서 전대 수도승들을 풀어주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카오토 대수도원장은 분노하며 보고를 받자마자 나를 공격해온다. 남은 안되고 자기는 된다는 식의 마인드가 역겨워 바로 죽여버렸다. 

카오토를 죽이고 결계를 풀어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지금까지 봐왔던 해골의 머리 부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