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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ars of Eternity Soundtrack - Gilded Vale

지난번에 파티가 전멸하는 굴욕을 맛봤던 에오타스 신전을 뒤로하고 캐드 누아로 출발했다. 갑자기 내가 영혼과 대화가 가능해지고 과거를 볼수 있는 능력이 생긴것에 관해 메어왈드라는 사람이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살고있다는 캐드 누아로 여행하던 도중 카나라는 친구를 만났다. 초상화부터 유쾌해 보이는 이 친구는 게임에서 챈터를 담당하고 있는 동료다. 챈터는 다른게임에서 바드나 음유시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각종 음악으로 버프쌓고 파티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내가 생각한 바드 vs 실제 필라스의 바드

특이하게 다른 게임 바드, 음유시인 하면 활과 악기를 들고 노래 부르는 날렵한 이미지인데 여기선 그딴 거 없고 전투 시작전에 상대방 머리에 총알 한번 박아준다음 칼뽑고 근접 전투하는 근육맨 상남자여서 놀랐다. 얼마전까지 파이널판타지를 했기에 바드와 챈터와의 괴리감은 더 컸다..

게다가 아군의 버프 뿐만아니라 적의 디버프는 물론이고 소환술 관련 스킬을 다수 가지고 있어서 몸빵용 해골 병사들을 소환하기도 하는등 정말 다재다능한 직업이다.

캐드 누아에 들어가니 버려진 신전에서 날 괴롭혔던 또 지옥 같은 악귀 놈들이 단체로 달려든다. 하지만 그때와 나는 다르다.. 무려 동료 한 명이 추가되었다는 것!!!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던 기세와 달리 딜러 힐러들은 다 쓰러지고 탱커 둘만 살아서 겨우겨우 깼다..

도깨비불이 전열에 자꾸 디버프를 걸어대서 후열을 지켜주질 못해 전투가 항상 난전 형식이 되어버린다. 사제 주문이 모든 디버프를 풀어주는게 아니라 내가 걸린 디버프에 맞는 주문을 골라서 시전하는 형식이라 대응이 항상 한발 느려 답답했다.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인벤토리 정리하다 보니 발견한 유니크 대형 실드. 기존 대형 실드랑 스탯은 똑같은데 강타 스킬이 추가된 버전이다. 진짜 이 게임, 유니크 무기도 하나하나 텍스트가 빼곡한 텍스트에 미친 게임이다..


버려진 성채에 들어가느 그곳에는 말하는 석상이 폐허속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죽을 때조차 자기 영혼을 석상에 박아놓고서 일을 하는 투철한 직업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오랫만에 온 손님인데다가 각종 괴물들을 잡아줬기에 집사는 기분이 좋았는지 여러 이야기들을 조잘댔다.

집사가 나쁜건 아니지만 캐드 누아가 드래곤에이지로 치면 스카이 홀드 성 같은 거점 느낌인데 조력자 셋이서 했던 일을 여기선 석상이 혼자 다한다. 조세핀, 컬렌, 렐리아나님 꽃이 지고나서야 봄이 온줄 알았습니다.. 그립읍니다.


캐드 누아 지하 1층, 지긋지긋한 유령이랑 거미들을 지나 드디어 메어왈드를 만났는데..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여러 기억들이 합쳐져서 미쳐버린 상태였다. 이야기 들어보니 주시자들이 다양한 영혼들과 접촉하다 전생의 기억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는데 한꺼번에 여러분량의 기억이 돌아오다보니 이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럼 이렇게 되는건가?? 

합쳐진 기억들에 대해선 캐드 누아를 탐험할 때 자세히 나오게 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메어왈드의 정신속은 한 여인을 겁탈한 남자와, 그 남자에게서 태어나 복수를 맹세한 아이의 영혼이 한데 들어있었다. 여자를 강간한 남자가 모종의 이유로 그 직후 죽었고, 하필 근처에서 자신이 강간한 여인의 뱃속으로 영혼이 윤회하여 태어났던 것이다.

이후 이상한 의식을 통해 나를 주시자로 만든 집단은 '불탄 여인'이라고 불리는 우디카를 숭배하는 집단이라고 설명을 해주고는 디파이언스 만의 우디카 신전으로 한번 가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온 것도 잠시, 갑자기 횡설수설하더니 결국 미쳐버려서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은 만능이 아니라 이런 심각한 부작용까지 수반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시자는 납 열쇠회라고 불리는 집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디파이언스 만이라는 곳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 후, 메어왈드의 영혼을 내가 취할 건지, 아니면 우리 성 집사처럼 석상에 박아넣을껀지 또는 자유롭게 해줄껀지 선택지가 있는데 난 그냥 찝찝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성불하게 해 줬다. 이때 메어왈드가 말한 주시자의 진실을 뜻하기라도 하듯 '불안한 진실'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범위가 좀 심각하게 좁긴해도 난 어차피 근접캐고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챈터는 노래를 3 악절 부르면 기원이라는 특수한 스택이 쌓이는데 이걸로 강력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다. 챈터가 하도 사기래서 기대했는데 무슨 1렙 스킬인데도 해골 병사를 동시에 한 마리도 아니고 3마리나 소한한다. 덕분에 전투가 비교도 안되게 쾌적해졌다. 이거 나중 가면 오우거도 소환한다던데 하.. 심장 떨린다.

내가 죽이긴 했어도 명목상으로 성을 관리하던 메어왈드가 죽고 성의 주인이 공석이 되자 집사가 정식으로 날 성의 주인으로 임명해줬다. 메어왈드도 제정신이었던 옛날에는 집사와 함께 이 성을 관리하고 사람들을 도와주었던 선인이었나보다. 처음에는 그저 미친 노인네인줄 알았는데 살짝 마음이 아프다.

캐드 누아 관리창을 열어보니 뭔가 업그레이드 요소가 엄청나게 많은데 기대된다. 이런 본거지 업그레이드 요소 너무 좋아

메어왈드를 만난 것은 내가 주시자로써 어떻게 해야할지 묻는 것 외에도 지난번에 얻었던 에데어의 부탁 때문이도 했다. 항상 함께했던 형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영혼과 대화가 가능한 또다른 주시자인 메어왈드와 만나고 싶다던 에데어는 그가 죽자 디파이언스 만의 기록보관소에 가서 단서를 찾자 한다.  

하지만 디파이언스 만에 가기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그건 지난번에 전멸해서 도망쳤던 버려진 에오타스의 신전

뒤져!!!!!!!!!!!!!

동료 한 명 생긴 게 이 정도로 차이가 심하게 날줄 몰랐다. 여태까지 눈물 날 정도로 어려웠던 곳을 깔끔하게 정리하고도 야영물자가 남을만큼 널널해졌다.

에오타스 신전 깊은 곳에서 수많은 시체들이 쌓인 방을 발견했다. 그곳에 있는 영혼과 대화해보니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신전 앞에서 나에게 이곳에 방치된 시체들을 수습해달라고 부탁했던 위르탄이란 사람은 사실 15년 전 사제들이 이곳에서 죽게 놔뒀던 병사 중 한 명이었고 사제들을 독방에 가둔 다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대로 도망갔던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해 추궁할 수 있는데 마냥 나쁜 놈은 아니었고 소위 말하는 방관자였다. 마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 할 수 있었음에도 15년간 모른 채 해왔고 이제야 죄책감에 시체를 수습하려고 온 것인데 내 선택에 따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솔직히 방관자긴해도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왔고 거기서 안 끝나고 결국 망령이 바글거리는 옛 신전에 속죄하러 오는 등 직접 행동으로 까지 실천했는데 죽이는 건 너무한 거 같고 유해를 줘서 수습하고 제대로 살라고 해줬다. 솔직히 나였어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는 시대에서 조용히 있었을 듯.. 

그렇게 에오타스 신전 퀘스트를 깨고 오니 캐드 누아 성의 여관이 완성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