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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환영식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두르간의 포탑은 말 그대로 200년간 버려져 있어서 온갖 종류의 유령들로 가득 차 있었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사방이 차갑게 얼어붙은 상태였다.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200년전 있었던 일들에 대한 환영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오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령들의 환영과 곳곳에 놓여있는 쪽지들을 봤을때 종합해 보면.. 드워프들은 크게 3 파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고 보수적인 파벌의 수석 큐레이터 엑산드루, 진보적 호전적이며 요새에만 처박혀 있는 현재 드워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무기고 관리인 마룬, 그리고 세속적이며 여러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코인 마스터 졸턴이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포지 가디언(철 골렘들)을 불러 정말로 유혈사태가 일어날 뻔한 적도 많았던 것 같다.

한때 창고로 쓰였을 장소에는 거대한 얼음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온전한 형태를 가진 드워프가 얼음에 갇혀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는데 혹시나 얼음을 녹이면 뭔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아이템만 얻고 살리지는 못했다..

하얀 대장간을 가기위해서는 두르간의 포탑 지하로 내려가야 했는데 내려가려고 문에 손을 대니 그곳에는 무기고 관리인 마룬의 목소리가 들리며 우리를 저지했다. 마룬은 단순히 기계장치가 아니라 정말 우리를 인식하고 있었고 마치 200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화를 했다.

지하로 내려가보니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드워프 유골들과 사방이 무너진 벽, 무언가로 인해 파괴되어 버린 바리케이드 등이 여기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다리 위에서 결사항전을 벌였던 것 같은데..

다리 중간쯤 지나가면 대열을 갖춘 골렘들이 생성되고 옆쪽에서는 셰이드가 마법공격을 날리고 원거리 골렘들이 화살을 날리는등 협공을 당하게 된다. 항상 대가 먼저 자리를 잡고 니가와를 시전 했는데 이렇게 역으로 당하니 시작하자마자 파티의 메인 딜러인 사가니가 죽어버렸다.

하지만 화살포화를 뚫고 조금만 더 밀고 들어가면 시야가 보이지 않아 궁수들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그럼 이제.. 맞아야 겠지?

그 외에도 거대한 복도에서의 난투전과 폐광산에서 영혼들과의 전투 등 대규모 전투들이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드워프들이 신성하게 모시던 메이스를 하나 발견했는데 역시나 영혼 결합 무기였다! 옵션은 그럭저럭 평범한데 직업 제한이 도적, 사제라서 창고 속에 넣어뒀다. 도적은 카록의 악마가 파티에 없어서 넘기고 사제는 듀런스가 아쿼버스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 나중에 카록의 악마 만나면 걔한테나 줘야겠다.

이제 더욱 깊은 지하 하얀 대장간으로 가기 위해 신나는 광차 탐험도 좀 해주고..

봉인된 문의 퍼즐도 풀었다. 이 퍼즐 솔직히 어떻게 푸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문 만지작 거리니까 그냥 풀려버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파벌들이 점점 밑으로 내려갈수록 무언가에 쫓기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서로 싸워서 자멸한 게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장비의 장판파가 부럽지 않은 이상적인 진형. 약 오르죠?? 나 못 때리죠?? 아무것도 못하죠????

와보라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게임이 날 엿 먹였다. 유령 몹의 좆같은 점은 갑자기 앞뒤로 기습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영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전투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추가로 순간이동도 있어서 입구 틀어막기도 안 먹힌다..

그렇게 요새 심장부 깊숙이 가다 보니

드디어

전설의 하얀 대장간을 발견했다!!

거대한 용의 머리뼈로 만들어진 대장간은 내가 조금씩 가동할 때마다 양쪽에 비어있던 관에서 마그마가 흐르고 용의 머리가 불타며 굉장히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냈다. 그렇게 마지막 과정인 중앙 관에 마그마를 흐르게 하고 본격적으로 하얀 대장간을 가동하려던 찰나..

주변에 골렘들 한가득 있는 거 봤을 때부터 이미 전투는 예상했다. 이미 전열 근딜 친구들이 외곽을 둘러싸고 후연 딜러들은 대장간 끝에 바싹 붙어서 골렘에 대한 대처는 다 끝냈다. 딱대 ㅋㅋ

골렘들만 싸우면 되는 줄 알았더니 정중앙에 있던 졸턴, 마룬, 엑산드루의 영혼도 적대상태가 돼서 진영이고 나발이고 의미 없는 난투전이 벌어졌다..

다 처리하고 나면 영혼들과 대화를 할 수가 있는데 이들은 200년 전에 드루간의 포탑이 멸망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말하고 있었다. 

니들 요새가 망한 이유는 내가 물어봐야 하는데 역으로 질문을 해온다. 역시 파벌싸움으로 인해 자멸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나 보다.

파벌을 나누어 싸운 것은 맞았으나 그걸로 서로 피를 보진 않았고 눈이 없는 거대한 거인들이 몰려와 드워프들을 깡그리 몰살시켰다고 했다. 파벌싸움 때문에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들아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의식을 가지고 영혼으로 살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의 영혼을 하얀 대장간의 돌 속에 묻어놨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영원히 하얀 대장간을 나가지 못하고 수호신처럼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이들을 계속해서 하얀 대장간을 지키는 수호자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직무에서 해방시켜서 다시 영혼 순환의 굴레로 보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대장간에 영혼을 묶어둘 경우 두르간의 강철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재료의 수가 줄어들어서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영원히 대장간에 묶여있는 게 너무 끔찍해 보여서 풀어줬다.

물론 자유로워지고 싶어지고 있는 졸턴 같은 사람도 있는데 반해 엑산드루는 수호신으로 남아있고 싶어 했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하얀 대장간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두르간의 강철은 각종 장비들을 강화하는데 쓰이는데 게임 내에서 한정적으로 밖에 못 얻는 데다가 옵션은 굉장히 좋아서 신중하게 써야 한다. 영혼들을 대장간에 묶어놨다면 몇 개 더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난 풀어줬기 때문에 4개 정도밖에 얻지 못했다.

그렇게 하얀 산맥 1부가 끝났다. 두르간 포탑에서 들려오던 영혼들의 비명소리는 잦아들었고 더 이상 악몽을 꾸는 사람들은 없었다. 스톨워트에서는 대장간이 다시 연기를 내뿜는 것을 보고 환호했으며 마을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갈비노도 하얀 대장간이 재가동되는 것을 보며 감격했고

여관에서 술이나 훔치던 레이팔드도 다시 광부 일로 돌아가 일하겠다는 계획을 품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하얀 대장간 이야기를 퍼트렸던 레넨길드 시장조차 실제로 가동되는 것을 보고 놀라며 고마워한다. 사실 그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모험가들을 불러 두르간의 포탑에 가게 했던 것이었다. 

여관에 들르면 공짜 술도 얻을 수 있다.

각성해서 본인을 잊어버릴 뻔했던 태나는 다행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옛날 광산 감독일을 다시 시작하며 희망에 들떠있다. 

아, 그리고 알파인 드래곤은 결의가 18을 넘었기 때문에 설득해서 쌍둥이 영혼을 고쳐주고 더 이상 영혼을 먹어치우고 싶은 욕구가 없게끔 만들어줬다.

절대 싸워서 못 이길 거 같아 대화로 푼 게 아니다ㅋㅋ

이렇게 하얀 산맥 1부는 끝나게 됐다. 아직 두르간의 요새를 파괴한 눈 없는 괴물들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마을은 활기를 띄었고 영혼들을 해방시켜줬으며 200년 만에 열기를 되찾은 대장간은 디어우드 일대에서 최상급의 품질인 두르간의 강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